아연은 체내에 1.5~2.5g 정도로 소량 존재하지만 생체내 여러 효소의 구성성분이 되고, 핵산의 합성이나 면역 작용에 관여하는 등 필수적인 미량 원소이다. 인체에서 아연의 결핍증이 보고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1960년대 초반 이란을 비롯한 중동 아시아 지역의 청소년들에게서 성장부진. 왜소증. 생식기의 부전증이 나타났는데 이것이 아연 결핍에 의한 것이었다.
아연 흡수와 대사
아연의 흡수 및 이동
아연은 대부분 소장에서 흡수되며 소량만이 위나 대장에서 흡수된다 . 아연의 흡수 기전은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소장 내강에 있는 아연의 농도에 따라 아연의 농도가 낮을 때는 촉진확산으로, 농도가 높을 때는 단순확산으로 운반된다. 장세포내에서 아연은 메탈로티오네인이라는 단백질의 합성을 유도하며 이와 결합하는데 아연의 흡수 정도에 영향을 미친다. 메탈로티오네인과 결합한 아연은 소장 세포내에서 이용되거나 혈관으로 이동된다. 수일 내에 혈액으로 이동되지 못한 아연은 소장점막세포와 함께 배설된다. 혈액에서 아연은 알부민이나 α-2-마이크로글로부린과 같은 단백질과 결합하고 이중 1/3정도는 문맥혈을 거쳐 간으로 운반되고, 나머지는 신체의 다른 부분으로 이동되어 사용된다.
아연의 생체이용률
아연의 생체이용률은 식이의 구성 요소나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다. 어떤 식이성분은 아연의 흡수를 방해하기도 하고, 어떤 것은 가용성의 화합물을 형성하여 아연 흡수를 촉진시킨다.
- 일상 식사나 한 가지 식품만을 보더라도 그 구성 성분이 다야하므로 이로부터 아연의 생체이용률을 알아내기는 어렵다.
- 일반적으로 볼 때, 식이내 포함되 아연의 10~30%정도가 흡수된다
- 육류나 패류, 간 등의 단백질 식품은 아연 흡수를 저해하는 성분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아연의 좋은 급원이라 할 수 있다.
- 시스테인이나 히스티딘과 같은 아미노산은 아연과 가용성 화합물을 만들어 아연의 흐수 및 체내 보유를 높인다.
- 이에 비해 식물성 식품이나 식물성 단백질은 아연의 흡수를 저해하는데, 이는 주로 피틴산이 아연과 불용성의 화합물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 섬유소는 아연의 흡수를 저해한다.
- 인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쇠고기와 섬유소가 풍부한 시리얼 내 아연의 생체이용률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쇠고기에 함유된 아연의 생체이용률이 시리얼에 비해 4배나 높았다고 한다.
- 아연은 철분이나 구리 등 물리 화학적 성질이 비슷한 다른 무기질과 경쟁적으로 흡수된다.
- 많은 양의 아연을 투여했을 때 구리의 생체이용률이 떨어지는데, 이는 아연의 섭취가 높아짐에 따라 메탈로티오네인에 구리와 아연이 경쟁적으로 결합하여 흡수되기 때문이다.
- 다량의 철분을 경구 투여하였을 때 아연의 흡수가 상당히 저해되었는데, 이 효과는 철분을 식사와 함께 투여하거나 아미노산인 히스티딘과 철분과 함께 증가시켰을 때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 이외에 식이의 칼슘이나 인의 섭취가 증가될 때 아연의 흡수나 체내 보유가 저해된다.
- 그리고 장염과 같이 흡수를 저해하는 소화기계 질환이 있는 경우 아연의 흡수가 낮아 진다.
아연의 배설
아연은 대변, 소변 , 그리고 피부 등을 통해 배설된다. 아연의 90% 이상은 대변으로 배설되는데, 이는 흡수되지 않은 아연과 내인성 아연의 배설로 볼 수 있다. 식이내 아연의 함량은 대변이나 피부로 배설되는 양에 영향을 미치는 반면, 소변으로 배설되는 양은 별 변화가 없다. 소변으로서 배설량은 하루에 400~600ug 정도로 소량이며, 소변을 통한 배솔량은 소변의 양과 크레아티닌 배설 정도와 관련이 있다. 피부나 땀 등으로 손실되는 양은 하루 1mg 정도이다.
아연 체내기능
생체내 여러 금속효소의 구성요소
아연은 생체내 200여 종 이상 되는 효소의 구조적 성분이며, 체내에서 주요한 대사과정이나 반응을 조절한다. 아연을 함유한 효소에는 이산화탄소의 운반자로 작용하는 탄산 탈수효소, 단백질 분해효소인 말단 카르복실기 분해효소, 탄수화물의 대사에 관여하는 젖산 탈수소효소, ㅇ리기를 제거하여 세포의 산화적 손상을 방지하는 수퍼옥사이드디스뮤테이즈(SOD)등이 있다.
생체막의 구조와 기능에 관여
아연은 생체막의 구조와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아연이 부족하면 생체막이 산화적 손상을 입으며 특정 물질의 수용체나 물질 운반에 장애가 생긴다.
면역기능에 관여
아연은 전반적인 면역기능의 유지에 관여하며 특히 T세포의 발달과 림프세포의 분화, T세포 의존성 B세포의 기능과 IL-2에 관계한다. 따라서 아연이 부족한 경우 감염성 질환에 대한 면역력 약화와 설사 등이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타작용
아연은 DNA와 RNA와 같은 핵산의 합성에 관여하고, 단백질의 대사와 합성을 조절한다.
아연 필요량
아연의 필요량 설정은 평형 유지나 내인성 손실로 인한 양을 대치하는 데 요구되는 양에 근거를 두고 있다.
- 우리나라의 경우 아연 영양상태나 이용률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므로 외국의 대사실험 자료에 근거하여 위장관, 소변, 정액 등으로 손실되는 아연량을 계산하였는데 남자성인의 경우 1일 3.3mg, 여자는 2.8mg이다. 이에 식사의 아연 흡수 이용율 40%를 적용하여 20대 성인 남자의 1일 평균필요량은 8.1mg/일, 20대 성인 여자의 1일 평균필요량은 7.0mg로 설정되었다.
- 권장섭취량은 이에 10%의 변이계수를 적용하여 성인 남자(20~29세)는 1일 10mg성인 여자는 8mg으로 하였다.
- 연령대에 다른 아연 손실량의 차이를 고려하여 30~74세 남자는 9mg, 75세 이상 남자 노인은 8mg으로, 65세 이상 여자 노인은 7mg으로 권장섭취량에 차이를 두었다.
- 임신수유부의 경우 임신기에 추가로 필요한 아연의 양, 모유로 분비되는 아연량을 고려하여 임신부는 성인 여성에 비해 1일 2mg을, 수유부는 5mg을 추가로 섭취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 한국인 영양섭취기준에서 아연의 상한섭취량은 1일 35mg으로 설정하였는데, 이는 아연의 최대무독성량이 1일 50mg이고, 아연섭취에 대한 개인차가 큰 점을 고려하여 불확실계수는 1.5로 설정한 자료에 근거한 것이다.
아연이 풍부한 식품
아연의 주된 급원은 동물성 식품이다. 쇠고기를 비롯한 육류, 간, 굴, 게, 새우 등의 패류 등이 아연이 좋은 공급원이다. 따라서 단백질 급원 식품에 아연 함량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곡류 등의 식물성 식품은 이에 비해 아연 함유량이 적지만, 식물성 식품 중 전곡류, 콩류 등은 절대적인 섭취량이 많아서 비교적 아연의 좋은 급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곡류중에는 배아나 외피에 많이 함유되어 있으나 도정하는 과정에서 상당량이 손실된다.
아연 결핍증
아연이 결핍딜 수 있는 상태나 원인을 보면, 식이에서의 섭취부족이나 흡수율의 저하, 손실이나 배설의 증가, 체내요구량의 증가로 나눌 수 있다. 식이에서 아연의 섭취부족과 관련된 요인으로는
- 거식증이나 단백질 에너지 영야불량과 같은 저영양상태
- 식물성식품 위주의 식사 (채식주의자)
- 정맥영양 등의 처방이 식이를 받는 경우가 있다
- 아연의 섭취는 정당하더라도 흡수율이 저하된경우
- 장의 감염상태나 수술 후, 간질환이 있을 때
- 아연 흡수에 영향을 주는 식이내 다른 성분의 영향으로 아연의 흡수율이 낮아졌을 때에도 아연의 결핍이 유발된다.
- 아연의 손실이나 배설이 증가한는 요인으로 신부전 등의 신장질환과 장질환이 있으며 체내 조직의 급속한 합성 등 아연의 이용이 증가되 때에도 아연의 보족이 나타난다.
아연이 결핍되면 성장이나 근육발달이 지연되고 생식기 발달이 저하된다. 면역기능 또한 저하되고, 상처의 회복이 지연되며, 감염성 질환에 대한 저항력이 감소되고 식욕부진 및 미각과 후각의 감퇴가 따른다. 이외에도 누에 이상이 생겨 암적응능력이 저하되는 등 신체의 기능이 저하된다. 아연 결핍증은 성장기 어린이에서 흔히 만성 혹은 급성설사를 유발하는데 이로 인해 섭취한 영양소의 흡수가 더욱 저하되므로 만성적 영양결핍증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유아기에 발생하는 유전병의 일종으로 아연의 대사이상과 관련된 장성말단피부염이 있는데, 이는 위장 및 피부질환을 일으키며 장에서 아연이 흡수되고 이동되는 데 장애를 초래한다.
아연의 결핍증은 아연 보충으로 극복될 수 있다. 저영양상태의 어린이에게 아연을 보충하면 설사를 멈추고 체중증가와 함께 정상적인 성장이 이루어지며 체조직 합성이 촉진된다. 아연 보충제는 성장지연의 정도가 심각한 경우 그 효과가 더 크다
아연 과잉증
아연을 과다하게 섭취할 때 다른 무기질, 즉 철분이나 구리의 흡수가 저해되며 이에 따라 빈혈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아연을 하루 2g이상 과잉섭취할 때에는 구토, 설사, 식욕저하, 소화기계 장애, 면역 기능의 감소 등 부작용이 따르므로 유의해야 한다. 아연의 과다섭취는 HDL을 낮춘다는 보고로 미루어 볼 때, HDL은 혈관내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여 심장병 발병률을 낮추는 바람직한 물질이므로 아연을 필요 이상으로 과잉 섭취하는 것은 피하도록 한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일상 식사를 통해 아연을 적절히 섭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